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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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FC 서울과 강원 FC의 경기는 2013 K리그 클래식의 명승부로 꼽힌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후반 34분까지 0-2로 지고 있다가 8분 동안 3골을 몰아쳐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여기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당시 도민 구단 강원은 4월 선수단 임금이 체불돼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축구인은 "회사원이 월급 자주 밀리면 일할 맛 나겠나?"라고 허망하게 역전패 당한 강원의 경기력을 총평했다.

경남-대전-강원-대구. K리그 클래식 시·도민구단은 약속이나한듯 나란히 순위표 끝자락인 11~14위에 머물고 있다. 프로축구 시·도민 구단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①습관성 임금 체불

강원은 4월 선수단 월급 8억원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했다. 월급날인 4월 25일을 훌쩍 지나 5월 7일에 겨우 지급했다. 지난해 강원을 떠난 선수들 중 일부는 아직 수당을 받지 못했다.

프로는 결국 ‘돈‘이다. 임금이 밀리면 선수들은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강원을 떠난 A선수는 "월급도 밀리고 미래가 없어 팀을 나왔다"고 고백했다. 현직 강원 선수 B는 "우리도 답답하다. 한 두번이 아니다. 이제 포기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이송학 강원 사무처장은 "강원은 창단할 때부터 어렵게 시작했다. 강원을 살리기 위해 도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비단 강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인천과 경남 등도 임금을 체불했다

② 낙하산 인사 횡행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등록선수는 총 515명으로, 구단별 평균 36.7명이다. 그런데 선수단 규모 1, 2위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도민 구단이다. 대전(47명)이 1위, 강원(46명)이 2위다. 기업구단 포항과 울산, 부산(이상 32명)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김학범 강원 감독은 "여러 명을 뽑아 놓고 보면 옥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속사정은 다르다.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시·도민 구단 고위층들이 선수 선발 쿼터를 갖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3명 정도 낙하산으로 꽂아 넣는 경우가 많다"며 "또 대학 기여입학제처럼 7000만원 정도 내면 축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는 풍문도 있다. 감독들로서는 황당하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니 벙어리 냉가슴이다"고 말했다. 연봉, 식비, 용품비 등 선수 한 명당 들어가는 1년 평균 예산이 1억원 정도다. ‘낙하산 선수‘가 늘어날수록 구단은 예산에 치명타를 입는다.

③ 아마추어 행정

행정 리더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강원은 아직도 사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남종현 전 사장이 떠난 뒤 공석이다. 이송학 강원 사무처장은 "사장 공모를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팀에 누가 오려고 하겠냐"고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글레이저 가문이 사장으로 있지만, 2003년 취임한 데이비드 길 단장이 실무를 보고 있다. 회계사 출신인 길 단장은 지난 1997년부터 맨유와 관계를 맺고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인천을 제외한 시·도민 구단도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구단의 대표이사는 선수단 운영까지 간섭하는 등 아마추어적인 행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