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26일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4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직전 3-4로 패색이 짙었던 서울은 김진규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이날 무승부로 서울은 제주전 16경기 연속 무패(10승 6무, 08/08/27 이후)를 질주했다. 반면 이날 경기를 '탐라대첩'으로 명하며 전의를 불태웠던 박경훈 감독은 서울전 악몽에 또 다시 시달려야 했다. 박경훈 감독은 2010년 제주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서울전 12경기 연속 무승(5무 7패)의 늪에 빠졌다.

이날 경기서 홈팀 제주는 기존의 4-2-3-1 포메이션 대신 3-4-3 포메이션과 함께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며 공격의 활로를 모색했다. 부상 복귀 후 K리그 클래식 첫 선발로 나선 홍정호는 스리백의 중심을 맡았다. 원정팀 서울은 좌우 풀백인 아디와 차두리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제주의 뒷 공간을 적극 공략했다. 최전방에선 몰리나와 데얀이 수시로 스위칭 플레이를 하며 제주 수비라인의 집중력을 시험했다.

팽팽했던 '0'의 흐름은 전반 19분 서울에 의해 깨졌다. 왼쪽 아크 부근에서 몰리나가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감아준 볼을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든 고요한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낸 것.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제주는 전반 22분 패드로가 왼쪽 페널티박스 안에서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벗어나며 홈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서울은 전반 27분 추가골 찬스를 놓쳤다. 김주영의 슈팅이 문전 앞 혼전 속에 데얀에게 연결됐고 감각적인 터닝슛으로 골망을 뒤흔들었지만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하지만 서울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37분 데얀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에 이은 몰리나의 아크바틱한 논스톱 슈팅이 제주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데몰리션' 데얀과 몰리나의 콤비네이션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전반 40분 제주의 만회골이 터졌다.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에서 아디가 마라냥에게 파울을 범했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서울 선수들은 파울이 아니라고 항의했지만 페드로의 페널티킥 득점과 함께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추가 실점 이후 크게 흔들렸던 제주의 입장에선 단비와 같은 골이었다.

제주는 전반 41분 황인호 대신 배일환을 투입하며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돌아왔다. 기세가 오른 제주는 후반 2분 페드로가 왼쪽 페널티박스 깊숙한 지역에서 마라냥의 로빙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페드로는 2분 뒤 또 다시 문전 앞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연결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동점을 허용한 서울은 후반 11분 고요한을 빼고 김현성을 교체 투입하며 화력의 세기를 더했다. 하지만 제주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서동현이 왼쪽 페널티박스 안에서 문전 앞으로 내준 볼을 페드로가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트렸다. 페드로의 해트트릭으로 경기를 뒤집은 제주는 서울을 매섭게 몰아쳤다.

위기에 빠진 서울은 후반 20분 윤일록과 에스쿠데로를 맞바꾸며 동점골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제주는 물오른 페드로를 앞세워 경기의 주도권을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제주는 후반 26분 서동현의 날카로운 문전쇄도에 이은 강력한 슈팅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서울은 후반 30분 에스쿠데로가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홍정호의 태클에 의해 아쉽게 물거품이 됐다.

경기 종료가 가까워지자 골을 향한 양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서울은 후반 35분 차두리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에 이은 김현성의 슈팅이 왼쪽 골대 옆으로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후반 37분 교체 투입됐던 김현성을 빼고 최효진을 출격시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최용수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후반 39분 최효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정교한 크로스로 데얀의 동점골을 이끌어낸 것.

하지만 경기는 더욱 극적으로 흘러갔다. 제주의 서동현이 후반 47분 문전 앞에서 다시 역전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48분 제주가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키커로 나선 서울의 김진규가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시키며 이날 경기는 4-4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3라운드(5월 26일 - 제주월드컵경기장 - 18,751명)
제주 4(페드로 전40, 후2, 후12, 서동현 후47)
서울 4(고요한 전19, 몰리나 전37, 데얀 후39, 김진규 후48)
* 경고 : 이용, 오주현, 홍정호, 오승범(이상 제주), 아디, 몰리나, 고명진(이상 서울)
* 퇴장 : -

▲ 제주 출전 선수(3-4-3)
박준혁(GK) - 이용, 홍정호(후32 마다스치), 황인호(전14 배일환) - 오주현, 오승범, 윤빛가람, 김봉래 - 페드로, 서동현, 마라냥(후32 이현진) / 감독 : 박경훈
* 벤치잔류 : 전태현(GK), 최원권, 송진형, 박기동

▲ 서울 출전 선수(4-2-3-1)
김용대(GK) - 아디, 김주영, 김진규, 차두리 - 고명진, 하대성 - 윤일록(후20 에스쿠데로), 몰리나, 고요한(후11 김현성(최효진 후37)) - 데얀 / 감독 : 최용수
* 벤치잔류 : 유상훈(GK), 김치우, 한태유, 고광민